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HS Ad 에서 대한항공, SSG, 배달의 민족 등의 광고를 만드신 황보현 CCO (최고 창의력 책임자) 님이 오늘날 창의력이 무엇인지, 그 창의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합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광고업에 몸을 담아오며 잘 만든 광고보다 새로운 생각이 숨어있는 광고를 추구해 왔습니다. 저는 최근에 솔트룩스라고 하는 인공지능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기계와의 융합을 통한 창의성을 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제가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창의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과의 융합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창의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요즘 누구나 창의성은 연결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개념들을 연결할 수 있느냐가 얼마나 창의적 인지를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만년필과 연미복은 가까운 개념으로 인식되지만 만년필과 달에서 캐온 월석은 굉장히 멀게 느껴집니다. 외국의 어떤 만년필 회사는 월석의 조각을 만년필 끝에 붙여서 ‘달에서 온 만년필' 로 팔고 있고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먼 개념을 연결할 때, 창의성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떨어진 개념을 연결하는 과정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개념들을 연결할 수 있느냐가 얼마나 창의적 인지를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1. 집중

첫 번째, ‘집중’입니다. 어떤 광고를 제작하려고 기획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관련 제품, 산업, 분야에 대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집중해서 모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분야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 논리적으로 참이긴 하나 어떤 새로움도 의미도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2. 산만함

그래서 다음으로 필요한 단계는 바로 ‘산만함’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중의 반대가 산만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향성 없는 산만함은 문제지만, 목적과 의식이 있는 산만함은 창의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저는 산만함이 초단기 집중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멀티스위칭의 과정을 통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산만함을 통해 하나의 생각이 전혀 다른 생각의 재료가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가 만들어 지는 것 입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터넷에서 서로 다른 공간들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것처럼, 디지털은 하나의 생각을 멀리 떨어진 개념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몰입

집중과 산만은 두 가지 재료입니다. 이 두 재료를 연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세 번째 단계인 ‘몰입'이 필요합니다.  옥수수를 연구한 바바라 매클린톡이라는 유명한 과학자는 본인의 성과의 비결에 대해 이런 대답을 하였습니다. “연구에 몰두했을 때, 나는 옥수수 밖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바로 그 안에, 그들과 함께 있었고 그때 모든 것이 커졌다. 심지어 옥수수의 내부기관까지도 보였다.” 이와 같이 준비된 재료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옥수수가 되는 수준의 물아일체의 몰입이 필요합니다.


4. 멍때림

몰입을 통해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인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멍때림’입니다. 이 과정은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 어딘가 숨겨져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단계입니다.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주변 정보에 대한 입출력을 막은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순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산책, 샤워, 선잠, 명상 등 다양한 형태의 ‘멍때림’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이디어가 인출되는 순간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멍때림의 단계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네 가지 과정을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집중, 다윈은 한 가지 분야, 박물학의 세계 최고 학자였습니다. 두 번째-산만함, 다윈은 신학, 생물학, 해부학, 인류학, 지질학 등 다양한 학문에 조예가 깊었고 결정적으로는 4년 동안 비글호를 타고 전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세 번째-몰입, 다윈은 여행 이후에 런던 근교의 조용한 곳으로 떠나 6년 동안 본인이 거둬온 생각들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네 번째-멍때림, 다윈은 본인의 자서전에서 ‘벽난로 앞에서 멜서스의 인구론을 읽다가 문득  진화론이 생각이 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모든 생각은 다윈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작성한 방대한 메모첩에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만 벽난로 앞의 멍때림에서 모든 아이디어가 연결되며 인출된거죠. 다윈은 이 네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좋은 광고를 만드는 과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프로젝트에 대한 엄청난 집중, 프로젝트와 무관한 듯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넓고 얇은 산만함, 만들어진 재료들을 연결하기 위한 몰입, 마지막으로 아이디어 인출을 위한 ‘멍때림’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서 이 과정을 과거보다 더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제공한 다양한 생각들과 방대한 정보를 연결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듭니다. 또한 나의 생각과 결과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각의 재료가 되어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 디지털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이 결국 창의성의 핵심인 것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과 기계의 조화'로 생각을 바꿀 때가 된 이유